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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소개

  • 작성자 사진: 진 장
    진 장
  • 2015년 11월 17일
  • 3분 분량

좀머 씨 이야기/파트리크 쥐스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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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란 소설은 어른이 된 소년의 회상에 의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년은 자신의 유년의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던 은둔자 좀머씨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이제야 말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듯, 한참을 뜸을 들이고서야 입을 연다. 세계 2차 대전이 종료된 후의 어느 마을이 이야기의 무대이다. 소년이 살던 마을에는 좀머라는 이가 살고 있었다. 어두운 색의 외투를 입고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길다란 지팡이를 쥔 채 오직 걷기만을 하는 사람... 그가 바로 좀머씨였다. 전쟁직후 마을 사람들은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땔감을 얻기 위해 배낭을 짊어지고 걷기를 반복하였다. 그리하여 그때는 배낭을 짊어지고 걷는 좀머씨의 행동이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는 평범한 풍경일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마을에는 버스가 다니게 되고 물자도 풍부해져 더 이상 배낭을 짊어지고 이 마을 저 마을을 걸어다니는 사람은 보이질 않게 되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좀머씨를 의아히 여기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의 나무나 돌 따위와 같이 하나의 풍경으로써 사람들의 눈에 비추어지게 된다.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쯤으로 치부하며 사람들은 그의 존재를 망각한다. 그렇지만 소년은 그때의 좀머씨를 어른이 된 후에도 잊지 않고 이야길 한다. 소년은 왜 그를 기억에서 들추어내는 것일까? 물음의 답은 간단하였다. 소년은 그 좀머씨라는 사람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순간을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두운 색의 외투라는 두꺼운 막으로 자신을 가리고, 커다란 배낭이라는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길다란 지팡이로 성큼 성큼 땅을 내 짚으며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던 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 본 것이었다. 늘 중얼거리며 혼잣말을 하고 이유도 목적도 없이 걷기만 하던 좀머씨는 호수의 끝으로 걸어 들어가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 광경을 소년은 아주 우연히 지켜보게 된다. 하지만 소년은 그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소년의 기억의 한편에 있던 좀머씨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에…. 몹시도 심하게 비가 오고 우박이 내리던 어느 날 홀로 걸어가고 있는 좀머씨에게 소년과 소년의 아버지는 " 그러다 죽겠어요 " 라고 말을 하며 자신들의 차에 타기를 수 차례 권한다. 그러나 좀머씨는 " 그러니 나를 좀 그냥 놔두시오 " 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지팡이를 내짚으며 걸어 가버렸다. 그때 소년이 들었던 그말이 죽음을 지켜보고 선 순간 소년의 귓가에 쟁쟁히 울려 퍼졌던 것이다. ' 제발 그냥 내버려 두라는... ' 나는 책을 읽으며 가슴 한켠이 심하게 파동 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좀머씨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리라. 좀머씨의 중얼거리던 혼잣말은 텅 빈 방에 홀로 앉거나 길을 걸으며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내가 내뱉던 혼잣말과 다를 것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할라치면, 지난 먼지 낀 상처까지도 꺼내어 가며 일일이 상대방을 이해시켜 가야 하는 것이 나는 너무도 두려웠다. 그래서 차라리 홀로 말하는 것을 택한 것이었다. 좀머씨와 마찮가지로 채울 수 없는 공허에서 도망치기 위해 나는 가슴에 겹겹의 막을 치고, 누구도 말을 붙일 수 없도록 굳은 표정을 하였다. 그리고선 나만의 길에서 헤메고 또 걷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제는 막을 걷고 일어나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과 공간에의 공허를 못 이겨 은둔자로 살아감은 내리는 빗줄기에 나의 뿌리가 모두 썩도록 내버려두는 것임을 알게 되었으므로…. 비록 뿌리는 썩어가고 있었지만 내게서는 새 희망의 잔가지가 뻗어 나오기 시작하였다. 좀머씨는 호수의 저 깊은 끝을 향해 걸으며 끝끝내 세상에서 도망쳐 버렸다. 하지만 소년의 기억을 통해, 나에게 또 세상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이야기 한 것이다. " 이 세상의 공허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것을... 차라리 당당히 맞써 자신을 더욱 견고히 쌓아나가라 " 소년은 어른이 되어서야 좀머씨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 한 것이리라. 그리하여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이유를, 구실을, 동기를 던지기 위해 조심스레 입을 뗀 것이다. 소년이 해준 좀머씨의 이야기는 내게 희망과 자신을 한껏 불어넣어 주었으므로, 희망의 증거가 되기 위해, 다시 일어난 나무가 되기 위해 나는 노력 할 것이다. 힘들다, 의심하다, 고민하다, 자신없다, 주저앉다, 쓰러지다 따위의 어떤 빈틈이 난 동사의 나열 따위는 다시 내겐 없다. 망설임, 후회, 미련 따위는 관속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 죽음 뒤로 밀어두고, 무엇을 하든 애매모호 하게 비겁하게 하지 않고 누가 보더라도 내가 만만찮음을 보일 것이다. 책장을 덮으며, 호수의 한가운데로 여름(독일어로 좀머)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시작이다. 치열한 삶을 위해 가슴을 활짝 열어두고서... 지금도 좀머 씨는 내 귓가에 속삭이고 있다. " 살아라, 열심히 살아라. 때론 열렬한 감성을 위하여, 때론 지독한 지성을 위하여, 때론 저급한 쾌락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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